섬유근육통 원인, 치료, 정의, 예방 등

개요

통증은 기간에 따라 만성통증과 급성통증으로 나뉘고, 만성통증은 부위에 따라 만성전신통증과 만성국소통증으로 분류됩니다. 만성전신통증은 배꼽을 기준으로 신체의 상하와 좌우 부위에 전체적으로 걸친 통증이 3개월 이상 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서구에서 전체 인구의 약 10%가량이 만성전신통증을 가지고 있고, 국내의 조사에서도 14%가량의 만성전신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습니다. 이러한 만성전신통증이 있으면서 동반된 여러 증상이 있을 때, 그리고 그러한 통증이 설명되는 뚜렷한 이유가 없을 때 섬유근육통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정의, 원인

섬유근육통이란 만성전신통증이 있으면서 수면장애, 인지장애, 피로감 등이 동반되는 질환으로, 통증의 역치가 낮아지는 ‘통각 과민’과 정상 자극을 통각으로 느끼는 ‘무해자극 통증’이 특징적인 질환입니다.

섬유근육통은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들에서 환경적 인자에 노출되었을 때 발현됩니다. 유전적 소인으로는 통증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 도파민, 카테콜아민 등과 관련된 유전자 다형성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섬유근육통 환자의 가족에서 같은 질환이 8배 정도 더 잘 발생한다는 것도 유전적인 원인이 있음을 뒷받침합니다. 환경 인자로는 감염, 신체적 손상, 생활 스타일의 변화, 사회적 문제, 비극적 사건, 스트레스 등이 있겠고, 그 외 근육과 힘줄의 미세 외상, 수면장애, 자율신경계 이상, 내분비 호르몬의 이상 등이 원인이 되며, 한두 가지의 단독 원인보다는 여러가지의 원인이 모여 질환을 나타내게 됩니다.

 

병태생리

섬유근육통의 발병 기전으로 근육 자체 문제에서 시작된다는 ‘골격근 가설’, 수면장애에 의해 발생한다는 ‘수면장애 가설’ 등도 있지만 중추신경계가 통증을 조절하는 데 문제가 있어 발생한다는 가설이 가장 많이 인정받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통증의 경로는 말초신경에서 통각을 느끼고,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여러 통증 전달 물질(서브스턴스P, 글루타메이트, 신경성장인자 등)이 나오게 되며, 이를 조절하기 위한 통증 억제 물질들(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민, 오피오이드 등)이 나오게 되는데, 섬유근육통에서는 통증 전달 물질은 과도하게 되고 통증 억제 물질은 부족하게 되는 ‘통증 조절의 불균형’이 일어나게 됩니다.

 

역학 및 통계

국내 연구를 보면 경상북도에서 만성전신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14%, 섬유근육통의 유병률은 2.2%였습니다. 여성이 남성의 10배 정도로 훨씬 많았고 연령이 증가할수록 질병 발생도 증가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 2~3%의 유병률을 보이는, 근골격계 질환에서 퇴행성 골관절염 다음으로 흔한 질환입니다.

 

증상

3개월 이상의 만성적이고 전신에 걸친 광범위한 근골격계 통증이 특징이며, 수면장애, 피로감, 두통, 감각이상, 인지장애 등이 동반됩니다.

섬유근육통의 가장 특징적 증상이 전신통증입니다. 환자들은 대개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쑤시고 아프다,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 등의 표현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몸이 더 무겁고 뻣뻣한 증상, 손과 발이 붓는 듯한 느낌도 흔하게 호소합니다. 또한 80%의 환자에서 관절통, 근육통, 요통 등을 호소하게 됩니다.

외에도 수면장애나 감각이상이 흔하게 동반되는 증상입니다.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90% 이상이 충분한 수면을 이루지 못하거나, 깊은 잠을 못 자고 자다가 자꾸 깨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렇게 양질의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서 피로감을 더 호소하게 되고 다음 날 전신통증이 악화하여 정상적인 활동을 못 하고, 다시 통증으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등 증상의 악순환을 돌게 됩니다. 그 외에도 두통, 손발 저림, 이상 감각 등 말초신경과 시력 저하, 입 마름, 추위에 대한 지나친 민감함, 기립성저혈압 등 자율신경계 이상이 흔하게 동반됩니다.

섬유근육통 환자의 약 절반에서 우울증이나 불안감이 동반됩니다.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만성 통증이 이러한 감정적 문제를 유발하는지, 우울증이나 불안감 등 정신적 문제로 인해 전신 통증이 악화되는지, 무엇이 먼저인지는 뚜렷하지 않지만, 섬유근육통과 우울증은 연관성이 매우 높습니다. 우울증 환자와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뇌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이 비슷하게 관찰되기도 합니다. 또한 공황장애, 스트레스 후 증후군, 조현병, 양극성 장애, 약물이나 알코올 남용, 건강염려증, 기억력 저하와 집중력 저하 등 인지장애도 흔하게 동반됩니다.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매우 다양한 전신 증세를 나타내기도 하는데, 과민성대장증후군, 과민성 방광염, 편두통, 월경 곤란, 흉통, 기억력 장애, 오심, 시력 저하 등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진단 및 검사

섬유근육통의 진단에 있어 만성전신통증이나 동반 증상들을 유발할 만한 다른 질환을 배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다른 질환의 배제를 위해 신체 진찰, 혈액 검사, 필요하면 영상 검사를 시행합니다. 통증을 유발할 만한 다른 원인 질환이 없을 때 섬유근육통을 의심할 수 있고, 대부분 환자에게 자가 설문을 통해 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통용되는 2016년에 만들어진 섬유근육통의 진단 기준으로는 전신통증점수 (Widespread Pain Index, WPI), 증상중증도점수(Symptom Severity Score, SSS), 감별진단 등이 있습니다. 전신통증점수 (Widespread Pain Index, WPI)는 신체를 크게 다섯 부위, 즉 좌/우 상체, 좌/우 하체, 체간으로 나누고 이 다섯 부위 중 최소한 네 부위 이상에서 통증이 존재해야 합니다. 각 부위를 좀 더 세밀하게 나누어 환자가 통증이 존재하는 부위를 표시하여 그 합을 계산합니다. 증상중증도점수(Symptom Severity Score, SSS)는 최근 7일간 피로감, 기상 시 상쾌하지 않음, 인지장애 정도를 각 0~3점으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최근 6개월간 하복부 통증, 우울감, 두통을 각 0~1점으로 구분합니다. 환자의 설문을 통해 점수를 합산하여 WPI가 7점 이상이면서 SSS가 5점 이상인 경우, WPI가 4~6점이면서 SSS가 9점 이상인 경우, 또는 WPI와 SSS의 합산 점수가 13점 이상인 경우, 그리고 이러한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하고 통증의 다른 원인이 없을 때 섬유근육통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섬유근육통 환자에서 감별해야 할 주요 질환들은 정동장애, 감상선저하증, C형간염, 저인산혈증, 부갑상샘항진증, 신경 질환, 류마티스다발근통, 근막통증증후군, 강직성척추염, 폐쇄수면무호흡증후군, 부신생물 질환, 척추관협착증, 반사교감신경이상증, 말초신경 질환 등이 있으므로 세심한 진찰과 검사가 필요합니다.

치료

섬유근육통 치료의 시작은 일단 환자에게 질환의 특성을 잘 설명하고, 신체의 건강을 위협하거나 관절의 변형을 유발하는 질환이 아님을 안심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환자가 어떤 증상이 우세하냐에 따라 치료 약물을 선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전신통증이 심한 환자에게는 적절한 진통제를, 수면장애가 심한 환자에게는 먼저 양질의 수면을 도울 수 있는 약제로,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심한 환자에게는 정신과적 약물을 투여하게 됩니다. 환자 대부분은 여러가지 증상을 함께 가지고 있으므로 우세한 증상과 더불어 동반된 증상에 대한 동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약물 치료

섬유근육통의 치료에 있어 항우울제, 항경련제, 진통제(트라마돌염산염 등), 수면제, 근육 이완제 등을 사용하게 됩니다. 항우울제는 우울감을 호전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섬유근육통 환자에서 전신통증과 피로감을 줄여주며 수면의 질도 호전시킬 수 있어 우선하여 사용됩니다. 프레가발린 등 항경련제는 신경전달 회로에서 칼슘의 이동을 억제함으로써 통증이 전달되는 과정을 차단하는 약물로 비교적 빠른 시기에 효과적인 통증의 호전을 가져오지만, 어지럼증, 졸림, 변비, 부종, 오심 등의 부작용에 유의해야 합니다. 환자의 증상과 약제의 효과를 고려하여 작용 기전이 다른 여러 약제를 병용 투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만성전신통증을 호전시키기 위한 마약성 진통제나 스테로이드 등은 효과 대비 부작용이 큰 약물이므로 투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비약물 치료

섬유근육통의 비약물적 치료로 여러가지 방법이 제안됐지만 그 효과가 입증된 것은 운동요법과 인지행동치료입니다. 운동은 통증, 피로감과 우울감을 개선하고, 삶의 질과 체력을 증가시키므로 너무 강하지 않은 강도의 운동을 일주일에 2~3회, 최소 4주 이상 지속해야 효과가 나타나며, 운동을 중단하는 경우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정기적인 운동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조작 조건화와 관찰 학습을 통해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는 기법인데, 우울감과 자기 효능감을 개선하지만 통증, 피로감, 수면장애 등에 대한 효과는 미미하므로, 약물 요법과 운동 등 다른 치료와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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